이달의 전시

작 가 명 :  강  준

전시기간 : 2023.4.8(토) ~ 4.16(일)

전 시 명 : 강  준 초대전

풍경, 탐구하는 그림

 비구상은 철학적 영감이 감각적 경험을 도출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으며, 재료나 매체뿐만 아니라 결과보다 과정에 더 비중을 두는 태도라 하겠다. 강준은 홍익대에 입학하여 회화 비전으로 비구상을 선택했다. 비구상작업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나가던 중 문득 구상 이미지와 조우했다. 정확히 말하면, 1999년부터 ‘자연의 이미지’(나무의 그림자 등)를 차용하게 된 것이다. 본연의 풍경을 찾는 여정이라 할까. ‘In-Out’, 다시 말해 양면성에 대한 고찰이 비구상에서 구상으로 옮겨진 것이다. 인간의 양면성-내 안이 가지고 있는 상이한 성향의 두 가지 존재를 자연스레 조율시키면서 ‘나’라는 존재를 구축해나가는 일. 작업은 이러한 사유, 생각하는 과정(Process of Thinking)을 직관을 통해 화면에 옮겨놓는 일이었다. 자기 세계를 찾기 위한 고민은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느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 안에 있는 것을 찾는 것”이라고 자답했다. 즉 ‘나만의, 어떻게’였던 것이다.   

  이렇듯 강준은 철학에서 미학으로, 추상에서 형상으로, 과정에서 결과로 변모하며 스스로를 탐구했다. 작가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순간 이미지’와 ‘시간성의 접합’이라는 두 개의 사유로 접근했다. 처음 설경을 통해 ‘그리기’로 돌아왔을 때, 직관(순간 이미지)과 관찰(시간성의 접합, 과정)이라는 두 개의 시선이 공존했다. 실공간의 가장 추상화된 형상인 윤곽으로서의 선(Line) 또한 과제로 떠올랐다. 스스로 형상을 확정해가는 선이 아니라, 면과 면의 경계적 개념으로 나타나는 존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캔버스 표면작업을 위해 물감을 얹고, 마르면 그라인드로 갈아내는 반복 노동과 그 위에 가상의 경계를 펼쳐놓는 프로젝터의 대비 또한 ‘In-Out’의 내면 구조를 닮은 듯하다.

  이처럼 기존의 ‘In-Out’ 작업이 아웃소싱의 냄새를 풍겼다면, 지금의 작업은 완전히 손작업으로 환원됐다. 그리기라는 수공으로의 환원은 화가 자신이 발견한 대상 묘사의 환원방식이기도 하다. 느낌을 환원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빛의 분배라는 이론도 다듬기 시작했다. 빛을 순서대로 분배하는 데서 실재감이 도출된다는 것을 실증하고자 한 것이다. 관찰 행위와 목탄 에스키스 역시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며, 이는 ‘탐구하듯 그린다’로 요약된다. 빛의 분배에 의해 리얼리즘(사실)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는 과학적 사고의 다름이 아니다. 화가가 제시한 밝기의 순서는 밑면(땅)-윗면(하늘)-수직공간(산, 숲) 순이다. 빛이 떨어진 바닥의 밝기와 빛을 제공한 하늘의 밝기가 다르다는 것. 맑은 하늘일수록 오히려 어둡게 느껴져야 된다는 역설의 성립. 이는 인상파 풍경화들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강준의 복고식 연구방식은 프랑스 화가 코로(1796~1875)를 오마주함으로써 실마리를 찾았다. 코로의 작품을 ‘나의 사건으로 접속’했던 것. 코로의 풍경 속 인물들을 제거한 뒤, 풍경이 어떻게 공간을 형성하며, 근경이 아닌 더 먼 곳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는가를 탐색했다. 이 역시 빛의 분배에 의해 초점을 조정하는 일이었다. 강준에게서 풍경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 프)의 말처럼 ‘진정한 발견의 여행’이며,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강준은 수많은 목탄 에스키스를 통해 답안에 접근했다. 관람자들 역시 작가가 제시한 풍경 앞에서 ‘숨은 그림’ 찾듯, 하이라이트가 될 지점을 탐색하는 재미를 덤으로 얻게 된다. 실제라는 착시를 벗어날 때쯤에는, 스크레치 기법이 장치되어 있음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대의 역린처럼, 그리기로 유턴한 강준의 화두는 변화된 작업방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In-Out’과 ‘생각하는 과정(Process of Thinking)’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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