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전시

9월, 최병창 초대전

전시기간 : 2023.9.8(금) ~ 9.17(일) 
  


최병창  초대전

초대의 글

 자연 회귀를 향한 ‘염원’ 


  최병창의 회화세계는 ‘내면 서정의 상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기억이나 추체험을 현실 이미지에 투영코자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의 기억과 느낌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크리스천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의 원천은 민간신앙이라는 우물이다. 최병창은 미의 본질과 보편성은 종교나 관념, 이해타산을 벗어난 자리에 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런 노스텔지어 성향은 어떤 점에선 회고성, 다시 말해 과거지향이 되어 세대간 공감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극적이지 않는 스투디움(studium)의 세계에 편안해하거나, 작가의 호흡과 보조를 맞추듯 느긋함을 즐기는 세대에겐 깊은 울림을 공유하게 된다. 

  미술평론가 문명대는 ‘현실적 소재를 취하면서 그 소재의 본질에 더욱 접근하려는 태도’에 주목했다. 초기 작품에서는 바위 위에 놓인 정안수, 부적, 새끼줄, 장승, 솟대, 산, 길 같은 소재를 무채에 가까운 분위기로 묘사했다. 이는 ‘자연+인간’의 도식이자 ‘염원’이라는 일관된 명제에 천착하는 계기로 작동한다. ‘염원’은 삶의 본연의 자리인 자연에 대한 회귀 욕구와 생애의 일관성을 의식한 인생관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화면의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고요함과 부동성이다. 이는 화가의 성품의 반영이라 여겨진다. 붉은 소나무는 200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2010년대 이후 작가를 규정하는 도상이 되었다.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전개해 가기 위한 일종의 이모티콘 같은 소통언어를 개발했다고 할까. 전통의 오방색으로부터 연원된 붉은색은 핏줄과 같은 생명력을 은유하며, 보색은 음양사상의 발현으로 나타난다. 
 
  염원의 모습은 점차 추상성(조각보)이 더해지고 오방색이 주조색으로 자리 잡는 등 도식성과 장식성이 어우러진다. 문명대는 이를 두고 ‘색상이 과감해진 반면, 화면은 보다 소박해지고 단순해졌다.’고 진단한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 공필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공필은 색채의 분배만이 아니라, 스크레치 기법 같은 질감의 세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텍스트의 직조법이나 언어화의 방법은 집중과 고집에서 나왔다. 아크릴물감 대신 유화물감만을 고집하는 것에서도 그 의지를 읽게 된다. 

  최근에는 무궁화꽃을 그리고 있다. 무궁화 역시 소나무에서 발견했던 상징과 더불어 ‘민족’이라는 스토리텔링이 깊은 우물의 두레박처럼 퍼올려진다. 이야기는 예안향교 마당 한복판을 지키고 있던 꼬아진 줄기 애기무궁화(일명 안동무궁화)로부터 비롯된다. 100여 년 전 변절 없는 단심(丹心)을 결의하며 줄기를 꼬아 심었던 독립운동가들의 염원이 작가의 취지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편, 형상이 배제된 순수형식의 추상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민족성이나 전통미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수렴의 미학이라고 할까, 까발림이 아닌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 역시 ‘염원’을 표출하는 적절성으로 자리매김된 느낌이다. 

  화가는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인간의 욕망 아래 모든 것이 변하고, 성장이라는 이름 하에 파괴되며 죽어가는 이 자연을 다시 품을 수 있을까? 어린 날 기억들을 그리움으로 노래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쩌면, 그래서 현실이 아니라 이상향을 묘사하며, 마음을 채우고 치유하고자 하는 것일 게다. 내 어린 날 그리움으로 물든 자연으로 회귀함이 지나친 욕심일까? 오늘도 빈 캔퍼스에 그 마음 채워본다. 보이지 않는 그 길을 소리 없이 걸으며...’(2018)


최 병 창  CHOI , BYUNG CHANG

개인전14회    
 KBS창원개국 50주년기념 경남 중진작가 초대전
 한국회화 4인 뉴욕 초대전(노호갤러리)
 9회 KCAF(한국현대미술제), (2009 예술의 전당)
 2021 대구아트페어 (드림갤러리초대)
 2021 안동문화예술의전당 400호기획전
 2016 KIAF(코엑스.드림갤러리초대) 
 2015 Asia Contemporary Art Show(홍콩)
 2010 FINE ART ASIA(Hong Kong) 
 경상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수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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