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의 특징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예술로 위안받고, 또 그것을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젊은 작가 김정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스토리를 읽게 된다. 화가로서는 독약이라고 할 심한 수전증을 앓는 동안,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배웠던 사군자를 자신의 예술에 응용, 치유의 방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난이나 죽을 치는 전통적 획의 묘미를 다른 식물에 응용했다는 점 역시 젊은이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화려한 색채미와 중첩의 구성미 등 현대적 감각까지 장착했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향수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자연 공간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 행복감에 젖는 일은 본래적 습관 같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화가는 그 공간 속에 자신의 마음이나 상징을 겹쳐놓는 일에 능하다. 마음이 발굴해 낸 리얼리티(형상)는 먼저 색채와 선과 같은 조형 요소에 편승하게 된다. 처음에는 편승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이끌고 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치열한 작가에겐 그런 발견이란 새로울 것이 못된다. 관자들은 그것을 차별감이나 개성으로 직관하며, 자신의 시경험에 신뢰감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민은 뻣뻣한 야자수 잎에서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부채살을 떠올렸고, 난을 치는 전통의 방식, 속도감을 그대로 차용해 전통미의 글로벌적 확장을 꾀했다. 따로 스케치할 필요 없이 즉흥의 붓질만으로 공필의 집중을 이뤄낸 것이다. 작가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밀려 나오는 색채의 진동이 이파리 하나하나에 파문되듯 수놓아진다. 김정민은 반수(礬水)를 먹인 장지에 분채를 씀으로써 발색의 명료성을 꾀했다. 어두운 배경 위에 색색의 이파리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듯, 바람이 부는 듯 하늘거린다. 그 가벼움은 반복의 노동, 느림의 미학이 가져다준 아이러니이다. 김정민은 자신이 행복할수록 색채가 다양해진다고 말한다. 리듬을 타듯, 빛과 색이 바뀌는 숲. 색채의 변화는 중국 가면극 변검(變臉) 마냥 휙휙 바뀌는 것 같지만, 그 느낌은 더디고 더딘 반복의 과정이 만들어낸 착시이자 역설인 것이다. 이러한 ‘느림’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는 방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해학까지 곁들었으니, 동화적 발상 역시 그녀만의 감성이다.
“일상을 즐기고 행복할 때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고, 나는 거기에 스며드는 중이다.”
김정민은 화가 어머니를 두고 있다. 어머니가 활발할 때는 그 자신 매니저 역할을 하고, 어머니 역시 딸에 대한 최상의 스포터이다. 글쓴이는 홍지연 작가와 함께 했던 아트페어에서 딸을 만났다. 어머니 홍지연은 영주가 고향이다. 딸이 어머니의 고향에서 청년작가초대전을 갖게 됐으니 모녀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김정민 작가의 앞날에 큰 기대를 건다.
2022. 10. 28
즈음갤러리 관장 송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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