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전시

홍병우   Hong,  Byung Woo 전

전시기간 : 2024. 4. 13(토) ~ 4. 21(일)





회화 

초대의 글

 물(物)과 물(水), 그리고 빛

아트랩 즈음 대표  송재진

  “어떠한 색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 물성이 지닌 본연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백색의 미’를 추구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함을 담고자 생명의 근원인 물과 빛을 찾았으며, 자연 친화적인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그러므로 나에게 예술이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쉼’이다.” 작가의 변이다. 홍병우의 작업은 낯설지 않은 재질에 대한 낯선 경험을 유도한다. 물(物)과 물(水)의 관계, 물성(物性)과 빛의 관계로부터 여행은 길라잡이 된다. 먼저 색(色)을 배제시킨 순결함이 느껴진다. 자연 친화의 감정은 부가적이다. 이런 관계항들이 수작업이라는 공력에 의해 연결됨으로써 ‘낯섬’이 ‘낯설지 않음’으로 환원되어지는 것이다. 

  빛은 재질의 가장 얇은 면을 투과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직조해낸다. “수채화를 즐기던 나는 종이 위에 몽글몽글 맺힌 물방울, 햇살에 반짝이는 영롱함이 화폭에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 염원은 종이와 물과 빛이 만나는 순간 색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확신으로 다가왔다. 종이에 물을 흠뻑 먹여 긁어 보았다. 종이를 긁고 덧붙이는 과정이 일련의 수행처럼 느껴졌고, 그로 인해 색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순수함 그 자체로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그 흐름에 온전히 나를 맡겨 나갔다.” 이처럼 물과 색을 다루는, 즉 ‘수채(水彩)’라는 쟝르로부터 물성에 대한 각성에 이르렀다고 작가는 술회한다. 바로 빛의 투과에 관한 리포트인 것이다. 

  수용성 회화의 속성 확장이란, 안료나 붓 대신 빛으로서 물(物)과 물(水)을 접속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물(物)의 표피에서 놀이하던 감정의 일루전(illusion)이 물(物) 자체, 혹은 물성(物性)에 대한 대자적(對自的) 인식으로 각성됨을 말하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이런 각성이야말로 한지 자체의 물성(천성)을 찾아주는 것, 또는 작가의 천성과 재료의 천성이 합(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침내 작가는 가장 ‘자기스러움’을 찾았고, 이를 개성이자 창의라고 믿게 된다. 작가에게서 색은 욕심이다. 욕심을 버리니, 빛이 채워졌다. 빛이 투과되는 양면화 앞에서 감상이 불편해진 감상자는 호기심과 능동적인 탐구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렇게 감상자도 놀이를 통해 빛을 쫒게 되는 것이다. 

  이어지는 과정은 ‘빛을 머금는’ 작업이다. 예민한 촉각에 의해 생성된 보풀들이 순백의 숲을 이룬 바탕(plate) 위에 작가는 본질에 대한 서정적 리얼리티(reality)를 사유하는 그림을 그린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미니멀(min·imal)한 하얀 색면처럼 보이지만, 그 면은 어마어마한 형상의 집적체이며 보풀 하나하나마다 음영이 드리워져 있다. 존재는 환상이다. 존재는 관찰자 순간이 만들어낸 착각일 수도 있다. 작가의 ‘순백의 존재’ 속에서 문득, 보는 이 역시 이런 각성으로 이끌리게 된다. 다른 한편으론 나를 잊는 편안함도 맛본다. 힐링이란 생명의 확장 속에서 나를 한 생명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겸손해지는 일이다. 마침내 내 존재를 잊어버리는 일이다. 

  홍병우의 한지 작업은 물(物)에서 퍼올린 각성의 결과다. 이를 물(物)의 변환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물성(物性, material quality)의 변주라고 봐야 할지는 알 수 없다. 두 개의 작업 모두, 물성(物性)과 인성(人性)을 천성(天性)으로 통합하는 세계관을 투영하고 있다. 이는 작가 자신과 자연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선언하는 것과 동일하다. 홍병우는 자연과 자신을 빛과 백색으로만 묶는 작업을 해왔으나, 근래 ‘무채(無彩)’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가려는 시도와 더불어 전면 추상에서 기호적 추상으로의 전환도 꾀하고 있다. 이것이 내면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작가의 의지라고 보아진다.  


홍 병 우    Hong,  Byung Woo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13회
단체전 아트페어 및 국내.외270여회.
현: 대구현대미술가협회, 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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